오스카 와일드 : 거짓의 쇠락 - 오스카 와일드 지음, 박명숙 옮김/은행나무 |
- 원제: the decay of lying (1889)
19세기말 오스카와일드의 예술담론이 담긴 에세이...
꽤 힘들게 읽었지만 꽤 좋은 글들이 많았다...
* 우리는 유용한 것을 만들어낸 이가 그것을 찬양하지 않는 한 그를 용서할 수 있다. 무용한 것을 만들어낸 것에 대한 유일한 변명은 그것을 격렬하게 찬양하는 것이다. 모든 예술은 전적으로 무용하다.
* 자연은 우리를 낳은 위대한 어머니가 아니야. 우리의 창조물이지. 자연은 우리 머릿속에서 생명을 부여받는 거라고. 모든 사물은 우리가 보고 있기에 존재하고,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 예술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고 말이지. 어떤 사물을 제대로 보는 것은 그냥 보는 것과는 아주 다른거야. 그것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과 같아. 사물은 그때서야 비로소 진정으로 존재하게 되지.
* 예술은 우리에게 결코 진실을 말해준 적이 없고 말이지.
* 우리로 하여금 어떤 것을 믿게 하는 것은 예술가의 고유한 스타일, 오직 스타일뿐인거야.
* 비평의 가장 완벽한 형태는 근본적으로 순전히 주관적이며 다른 것이 아닌 자신의 비밀을 드러내고자 한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거라고. 최고의 비평은 표현이 아닌 순전히 인상으로서의 예술을 다루기 때문이지.
* 삶은 그 산물을 사는 데 너무 비싼 값을 치르게 하지 우린 아주 하찮은 삶의 비밀을 알아내는 데에도 터무니없고 끝없는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거라고. (중략)
예술은 우리를 다치게 하지 않기 때문이지. 우리가 연극을 보며 흘리는 눈물은 예술이 일깨우는 정교한 불모의 감정들의 한 유형이야. 우린 눈물을 흘리지만 상처받지는 않지. 우리는 슬퍼하지만 그 슬픔은 씁쓸하지 않지. (중략)
예술을 채우고 있는 슬픔은 우리를 정화시키고 새롭게 시작하게 하지. 우리는 예술을 통해서, 오직 예술을 통해서만 완성될 수 있어. 예술을 통해서, 오직 예술을 통해서만 실제 삶의 추악한 이험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킬 수 있는거야.
* 사회의 존속과 건강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 시민에게 아주 당연하게 공공의 안녕에 생산적인 노동의 형태로 기여할 것과, 하루 일과가 낳을 고생과 고욕을 요구하지. 사회는 종종 범죄자를 용서하지만 몽상가는 결코 용서하지 않아. 예술이 우리 마음속에 불러일으키는 아름답고 무익한 감정들은 사회가 보기에는 증오스러운 거야.
* 자연이 정신으로 나아가는 물질이라면, 예술은 물질을 빌려 자신을 표현하는 정신인 것이지. 따라서 가장 낮은 단계의 발현에서조차도 예술은 감각과 영혼 둘다에 말을 거는거야. 심미적 기질은 언제나 모호함에 질색하지. 그리스인들은 예술가 민족이었어. 그들은 무한의 감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던 거지. (중략)
비평정신을 발달시킴으로써 우린 우리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인간의 집단적 삶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그럼으로써 완벽하게 현대적인-진정한 의미의 현대성을 말하는거야-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현재만이 현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가 살고 있는 시대에 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거야. 19세기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늘의 19세기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 앞선 시대들을 이해해야 해. 자신에 관해 무언가를 알고 싶으면 다른 사람들에 관한 것부터 알아야 하는 것처럼 말이지.
* 상상력은 인간 경험의 응축인거야.
* 인간 경험의 전달로 인해 가능해진 문화는 오직 비평정신에 의해서만 완성될 수 있고 사실상 비평정신과 하나야. 진정한 비평가란 자신의 내면에 수많은 세대들의 꿈과 사상과 감정들을 지니고 있으며 어떤 생각의 형태도 낯설게 느끼지 않으며 어떤 감정적 충동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누구이겠는가? 또한 진정한 교양인이란 훌륭한 학식과 까다로운 선택으로 본능을 자의식이 강한 지적 감각이 되게 하며 탁월한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을 구분할 줄 알고 접촉과 비교를 통해 스스로를 양식과 학파의 비밀에 정통하게 하고 그 비밀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지적인 삶의 꽃이자 진정한 뿌리이기도 한 치우침 없는 호기심을 발달시키고 그리하여 지적인 명확성에 도달하고 '세상에 알려지고 생각되어진 최상의 것'을 익힘으로써 불멸의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는-허황된 말이 아니야- 그런 사람이 아닐까. (중략)
관조적 삶, '행하는 것(doing)'이 아닌 '존재하는 것(being)', 그리고 단지 '조재하는 것'이 아닌 '무언가가 되는 것(becoming)'을 목적으로 하는 삶, 그것이 바로 비평정신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이라네. 그건 신들이 살아가는 방깃이기도 하지.
* 우린 과도하게 일하면서 교육은 제대로 받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어. 사람들은 너무나 부지런한 나머지 완전히 바보가 되고 말지. (중략)삶에 관해 무지해지기 위한 확실한 방법은, 자신을 우용한 존재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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