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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연인 by 에이모 토울스

LadyYvonne 2013. 3. 24. 20:37

우아한 연인 - 10점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은행나무

 

 

- 원제: rules of civility (2011)

 

'21세기에 재탄생한 개츠비가 워싱턴과 소로우에게 바치는 로맨틱한 오마주, 섬세한 감성과 매혹적인 필치로 풀어낸 이지적이고도 낭만적인 로맨스!'란 광고문구에 이끌려 보게 된 신간...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에 비교된단 말에 완전 꽂혀 봤지만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읽어보니 1930년대판의 '티파니에서 아침을' 내지는 '위대한 개츠비'도 좀 껴줄수 있을것 같고 오히려 '섹스앤더시티'스럽달까...ㅋ 이렇게 얘기하지만 사실은 완전 맘에 드는 작품이었다는...

어쩜 이리 매력적인 소설을~ 정말 소설 중에선 간만에 완전 푹 빠져서 넘 재밌어하며 읽어나간, 거기다 우아함과 세렴됨까지 갖춘... 재치있는 작품이랄까...

내가 별 5개 주는 책은 내가 책을 쓴다면 이렇게 쓰고 싶단 느낌일때다...^^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 '남쪽으로 튀어'랑 또하나 더 있었던 것도 같고...(2015년부터 별점주는 기준을 좀 바꿨다)

1960년대 중년의 끝자락 즈음의 주인공이 한 사진전시회에서 30년대말에 찍힌 한 사진을 보고 그시절(정확히는 1938년)을 회상하게 되는 내용~

일단 뉴욕 맨하탄이다... 그리고 1930년대 말 대공황기의 미국...제2차세계대전이 유럽에선 시작됐고 미국에선 아직 실감을 못할때 즈음... 미국이 다른 나라들을 완전히 제치고 독주하기 시작하기 직전의 즈음... 이야기 속에는 재즈와 책들이 흘러 넘친다... 그 속의 젊은 영혼들에 관한 이야기... 상류층과 성공과 사랑과 진실된 삶, 운명, 그리고 비밀 같은 것들이 어우러진...

흥미진진한 배경에, 매력적인 인물들, 재미넘치는 스토리, 지적이면서 재치있는 문장, 우아하고 세련된 분위기~^^

맨하탄 곳곳의 거리들과 장소가 등장하는데 맨하탄을 나름 꿰고 있는 나로선 완전 반갑~ㅋ 내가 아는 그 거리와 장소들이 30년대에는 어땠을까 계속 상상해보게된다...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라는데 완전 기대된다...

단지 한국에서의 제목이 참;;;

원제는 소설 안에서 언급되는 조지워싱턴의 '예의범절과 품위있는 행동규칙'이란 책제목을 딴 것인데 번역제목이 영 뚱딴지같이 우아한 연인이다;;; 원제를 그대로 번역하기 좀 그랬다면 차라리 좀더 매력적인 제목을 붙여줬음 좋았잖아... '티파니에서 아침을'같은 류의 제목으로~

 

이 작가는 이작품이 첫 장편소설이란다...@@

 

왠지 이 작품의 후편이 나와도 좋을 것 같은... 미련이겠지? 이런 감질맛이 딱 좋긴 하다...

 

 

 

 

- quote

 

* 뉴욕에서는 아름다운 것이라면 무엇이든 환영받는다. 이 도시는 아름다운 것들을 가늠해본 뒤, 당장 받아들이지는 않더라도 하다못해 치수가 맞는지 한 번 입어보기라도 한다.

 

* “마크 트웨인이 어떤 노인에 대해 쓴 글이 기억나요. 바지선을 조종하는 노인이었는데……. 강 한 편에서 다른 편 선착장으로 사람들을 나르는 배 말이에요.”
“《미시시피 강의 생활》 말인가요?”
“모르겠어요. 그건지도 모르죠. 어쨌든…… 트웨인은 그 노인이 30년 동안 강을 하도 자주 오가서 그 거리를 합하면 강을 상류에서 하류까지 스무 번 넘게 다닌 셈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자기가 사는 마을을 한 번도 떠나지 않은 채로 말이에요.”
팅커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가끔 내 기분이 바로 그래요. 내 고객 중 절반은 알래스카를 향하고, 나머지 절반은 에버글레이즈를 향하고 있는데... 나는 강둑에서 강둑을 오가고 있는 기분."

 

* 마멋이 그림자를 드리우지 않았는데도 겨울은 3주 동안 더 뉴욕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센트럴파크의 사프란은 얼어붙었고, 새들은 그 상황에서 유일하게 도달할 수 있는 결론을 내리고 브라질로 돌아갔다.

 

* 시간당 50센트를 버는 사람은 부자에게 감탄하고 가난한 사람을 가엾게 여기면서, 시간당 임금이 자기보다 1센트 많거나 1센트 적은 사람에게 온갖 독설을 퍼붓는다.

 

* 아버지는 살면서 아무리 힘든 일이 닥쳐도, 아무리 풀이 죽고 기운이 빠져도, 자신이 언제나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당신이 아침에 일어나 처음 커피를 마시는 순간을 고대하는 한은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중략)

 타협을 모르고 목표를 추구하는 자세와 영원한 진리를 향한 탐구는 고귀한 이상을 지닌 젊은이들에게 확실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사람이 일상적인 것, 그러니까 현관 앞 계단에서 피우는 담배나 욕조에 몸을 담그고 먹는 생각쿠키의 즐거움과 맛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면 십중팔구 쓸데없는 위험 속에 몸을 담갔다고 보면 된다. (중략) 사람은 반드시 소박한 즐거움을 위해 싸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우아함이나 박학다식처럼 온갖 화려한 유혹들에 맞서서 소박한 즐거움을 지켜야 한다.

 

* "우리 둘이 언제 다시 만날까? 천둥 속, 번개 속, 아니면 빗속?" (중략)

 "혼란이 끝나면.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면." - 주석: 맥베스 1막에서 세마녀가 나누는 대화를 패러디

 

* 사진이란 참 웃기는 거야, 그렇지? 사진이라는 매체 전체가 순간을 기반으로 하고 있거든. (중략) 우리는 자신의 삶이 연달아 이어지는 행동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 자신이 성취한 것들이 계속 쌓이고, 스타일과 의견들이 물 흐르듯이 이어진다고 말이야. 하지만 사진은 16분의 1초동안 엄청난 파괴를 저지를 수 있어.

 

* 월러스는 학교 사진의 배경 속에 그냥 묻혀버리는 아이였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때가 묻어가는 주위 사람들에 비해 돋보이게 된다.

 

* 소로는 진리가 멀리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저 멀고 먼 별 뒤에, 아담이 태어나기 이전과 심판의 날 이후에 진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모든 시대와 장소와 일들이 모두 지금 이곳에 있다."

 

* 우리는 자신의 삶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둘러본다. 우리의 상속녀들과 정원사들, 우리의 목사들과 보모들. 그리고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른 정체를 숨긴 채 파티에 늦게 도착한 손님들. 그렇게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이번 주말이 다 가기 전에 이 모든 사람이 응분의 대가를 치르거나 받게 될 것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 우리는 자신도 그들 중 한 명으로 함께 헤아려야 한다는 사실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 우리 요새가 사방에서 공격받고 있다.

 우리에게 남은 탄약은 얼마 없고,

 우리의 구원은 너의 손에 달렸다.

 

 그 밑에 디키가 서명한 이름은, 아주 적절하게도, '피터 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