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 김영하 지음/문학동네 |
- 부제: 김영하의 인사이트 아웃사이트 (김영하 산문 삼부작 중 첫번째 2014)
별로 기대 안했는데 완전 좋았다... 산문 3부작 중 첫번째 나온 책인데 난 거꾸로 읽었다... 젤 좋았다...
완전 공감가는 글들... 맘에 드는 글들... 김영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흠~ 이 사람 팬 될거 같다;;;
소설도 제대로 도전해봐야할듯~
- quote
* 자본주의사회의 마케팅이라는 것은 고객이 굳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던 것도 필요하다고 여기게 만드는 것이다.
* 누구도 이런 시스템을 바꿀 엄두도 내지 않았고 바꿔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내 몫의 알량한 수당만 챙기고 달아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때 우리는 모두 대통령 직선제로의 개헌같은 '문문제'만 바뀌면 다른 소소한 문제들은 저절로 바뀌리라 믿었던 것이다. 머두들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대기업이 주도하는 우리 사회의 '헝거게임'은 슬금슬금 전면적으로 확대되었고, 어느새 우리모두는 아레나에서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을 벌이면서도 이런 상황이 개선될 거라는 희망따위는 감히 품지 않는 그런 시대에 살게 되었다.
* 베르그루엔의 경우에서 보듯이 현실의 억만장자들은 소유로부터 탈출하고 있다. 그들은 '무소유'가 가장 영리하게 부를 소비하고 현시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심지어 쿨해 보이기까지 하다. (중략) 우리나라의 부자들도 이제는 집을 버리기 시작했다. 이 전세 귀족들은 고가의 주택에 거주하지만 소유하지는 않으며, 무소유의 이상에 걸맞게 대부분 차도 갖고 있지 않다. 리스회사에서 빌리면 된다. 재벌일가는 회사를 직접적으로 소유하는 대신 최소한의 지분으로 교묘하게 지배하면서 회사에서 제공하는 여러 재화와 용역을 무상으로 누리고 있다. (중략) 세상의 불평등은 이렇게 진화하고 있다.
* 불행히도 인간사는 정의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기독교나 불교 같은 종교들은 정의의 실현을 사후 또는 내세로 미룬게 아닐까.
* 죽음과 종말을 떠올리면 현재의 삶은 더 진하고 달콤해진다. (중략)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미래의 시점에서 현재의 파국을 상상해보는 것은 지금의 삶을 더 각별하게 만든다. 그게 바로 카르페 디엠이다. 메멘토 모리와 카르페 디엠은 그렇게 결합돼 있다.
* 진짜 죽음에 대한 직면과 통찰이 그녀에게 에피쿠로스적 계씨의 공간을 열어준 것이다. 가서 지구의 공기와 물과 줄력, 늘 네 곁에 있었지만 알지 못했던, 저 찬란하지만 유한한 것들을 죽음이 찾아오기까지 마음껏 즐기라. (중략)
"삶이 이어지지 않을 죽음 후에는 전혀 무서워할 것이 없다는 사실을 진정으로 이해한 사람에게는 삶 또한 무서워할 것이 하나도 없다." - 알랭 드 보통, '철학의 위안'
*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샤워를 하지 않아도 노래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즉, 예술계의 현실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다. 반면에 어떤 이들은 '무대의 조건'을 자기에 맞게 바꾼다. (중략) 앤디 워홀이 그랬고 백남준이 그랬다. (중략) 갑자기 모든 무대에 샤워부스가 설치되었고 그로부터 한동안 샤워하면서 얼마나 노래를 잘할 수 있느냐가 새로운 미학적 기준이 되었다. 세상에 맞춰 자신을 바꿀 것이냐, 세상을 자기에게 맞게 바꿀 것이냐. 아마도 모든 예술가의 고민일 것이다.
* 한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데에서 좀더 나아가야 한다. 보고 들은 후에 그것에 대해 쓰거나 말하고, 그 글과 말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직접 접하지 않고서는, 다시 말해, 경험을 정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타자와 대화하지 안흔다면, 보고 들은 것은 곧 허공으로 흩어져버린다. (중략) 많은 사람이 뭔가를 '본다'고 믿지만 우리가 봤다고 믿는 그 무언가는 홍수에 떠내려오는 장롱 문짝처럼 빠르게 흘러가버리고 우리 정신에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보기 위해서라도 책상 앞에 앉아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내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생각의 가장 훌륭한 도구는 그 생각을 적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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