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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헌의 프랑스 미술관 순례 by 이주헌

LadyYvonne 2013. 1. 5. 17:05
이주헌의 프랑스 미술관 순례 - 6점
이주헌 지음/랜덤하우스코리아

 

 

그림에 관한 책이 급 고팠다...

전체적으로 앞부분은 재밌었고... 뒷부분은 그닥;;; 동굴의 원시미술이라든가 예수를 그린 종교화엔 그닥 관심이 없어서인듯...

당분간은 틈틈이 이런 스타일의 책으로 채워나가야 할듯... 나의 갈증을...

 

 

 

 

- quote

 

* 프랑스인들의 이런 지독한 예술 사랑은 찰나의 의미에 대한 그들의 깊은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찰나는 영원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찰나와 순간을 '지나가는 것'이라 하여 가볍게, 혹은 하찮게 여기는 이들은 그들의 인생에서 늘 예술을 잃는다. 예술의 의미와 가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들은 이미 예술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이런 이들은 프랑스인들의 시선으로 보기에 인생 자체를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제아무리 오래 사는 인생이라 하더라도 무한한 우주의 역사에 비하면 지극히 짧은, 찰나의 순간을 사는 존재들이다. 이 찰나의 인생에게 신이 준 위대한 축복이 바로 예술이다. 아름다움을 알고 그것을 창조적으로 즐길 줄 아는 능력말이다. 우리의 목숨이 유한하기에 우리는 세상 그 어떤 것과도 순간에서 만나 영원으로 헤어진다. 그렇게 부단히 우리를 스쳐 지나가는 까닭에 그것들은 우리에게 잊지 못할, 잊을 수 없는 자취로 남는다. 아름다움이란 이름의 자취이다. 그 아름다움을 영원의 이미지로 형상화하는 것이 예술이고, 나라는 주체 안에서 그 아름다움을 부단히 조탁하는 과정이 인생이다.

 

* 우리는 새로운 미술 흐름을 단순히 그전 양식의 논리적인 결과로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튜브 물감의 경우처럼 미술 외적인 환경, 특히 경제적 기술적 환경의 변화가 미술의 전개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 경우 또한 적지 않다. 튜브물감의 발명 외에 파리 교외로 철로가 부설된 것 역시 이무렵 화가들이 야외스케치를 즐기는 한 배경이 됐으며, 사진기의 발명에 따라 빛의 역할에 대한 과학적 인식이 확산된 것도 야외의 빛을 그리는 데 대한 관심을 크게 높였다. 파리가 19세기 서양 미술의 최고 아성이 된것은 이처럼 예술의 변화를 촉진한 다양한 사회적 진보가 그 어느 유럽 도시보다 활발히 이뤄진 탓이 컸다.

 

* 사실주의자 쿠르베는 (중략) 사실성이 떨어지면 그것이 계속 걸려 결국 메시지도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그는 생각했다. 서양 드라마가 우리 식의 편의주의를 잘 용납하지 않고 우리보다 사실성이 뛰어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쿠르베에 기처한 전통인 것이다.

 

* 반 고흐의 예술은 그의 모든 속내를 숨김없이 드러내 보이는 매우 정직하고 사적인 예술이다. 그의 예술을 즐겨 접한 사람은 그러므로 그가 털어놓는 속생각을 지근거리에서 다 들은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그만큼 가까운 사이라 할 수 밖에 없고, 가까운 사이인 이상 그가 당한 고통과 좌절에 무감각할 수 없는 위치인 것이다. 그의 죽을 전해 듣고 죄의식을 느꼈을 그의 가족들처럼 나 또한 그의 마지막 거처에서 그들이 느낀 것과 유사한 죄의식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