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농담 - 박완서 지음/실천문학사 |
박완서의 책을 제대로 읽는건 이번이 첨이다... 소위 한국에서 알아준다는 이런 작가의 소설하고 나 별로 안친하다... 아마 심각한 거 싫어하는 내 기질때문인듯;;; 책 좀 읽는다면서 정작 기본이 되는 책들관 멀리 하고 있으니;;;
하지만 이번에도 여실히 증명되었다... 끝까지 못읽었다...ㅜㅜ 재미없다거나 어렵다거나 지루하다거나 이런 차원이 아니라 기분이 넘 안좋아져서;;;
일단 박완서의 필력엔 정말 놀랬다... 어쩜 이렇게 잘 읽혀질까싶게 딱딱 스토리에 붙어서 나오는 그 문장들이란... 등장인물의 목소리와 톤과 성격이 다 느껴지도록 아니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그 대사들...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들었다...
시각적으로도 빽빽하게 빈틈없이 채워져 있는 문장들은 지루할 새없이 드라마를 만들어간다... 정말 드라마를 직접 보고 있는듯한... 근데 그게 너무 와닿도록 씌어져 있어 그런지 너무 고통스럽게 와닿았다...등장인물들의 막막함과 답답함과 죽음을 앞에 두고 있는 절박함과 희망없음에... 이시대의 돈과 권력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것들에 영향받는 죽음과 삶에 대한 적나라한 이야기가 읽고 있는 날 넘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결국 견디지 못하고 중반부 이후는 대충 줄거리만 파악하는 정도로만 마무리...
확실히 난 현실적인 것에 아직도 적응하지 못한 이상주의자이며 나이만 먹은 철들지 못한 애일 뿐이란게 여실히 증명됐다...
그런 깨달음에 씁쓸하고 두렵기도 하고 아득함을 느낀다...
- quote
* 그렇게 위협적인 세상도 도처에 잿빛 어둠이 고이기 시작하면 슬며시 만만하고 친숙해지는 거 있지. 얼마든지 화해하고 스며들 수도 있을 것 같은 세상으로 바뀌는 시간이 나는 좋아.
이렇듯 현금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에 영빈은 그 집을 떠나곤 했다. 적나라한 외설의 현장에서 견고한 일상으로 은근슬쩍 스며들기 위해.
* 태어난 것도 죽는 것도 선택은 아니지만 어떻게 죽느냐 정도는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중략) 죽을병을 아니라고 속이는 것은 아주 귀중한 것을 선택할 수 잇는 마지막 권리를 빼앗는 것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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