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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 by 사드 카하트

LadyYvonne 2011. 9. 4. 17:01
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 - 8점
사드 카하트 지음, 정영목 옮김/뿌리와이파리

- 원제 The Paino Shop on The Left Bank
- 부제 discovering a forgotten passion in a Paris atelier
- 저자 Thad Carhart



주변에서 클래식애호가들을 만나면 정작 피아노전공자인 나는 정말 쥐뿔도 아는게 없단거에 마냥 부끄러워진다...
이책을 읽으면서 다시한번 그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수 없었다... 해서 더 열심히 읽었다... 부끄러워하기만 할게 아니라 이젠 그벽을 타개해야하지 않겠냔 절박함으로...
우연히 파리의 숨어있는 피아노공방을 알게 되면서 작가 자신이 간직하고 있던, 그리고 잊고 있던 피아노에 대한 열망이 되살아나면서 그 공방에 관계된 프랑스사람들과의 이야기, 그리고 피아노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
은근히 재밌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많은 걸 배우게 된 책이다... 음악에 대해서 다시한번 진지하게 그리고 제대로 열린마음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내 일적으로도 개념을 통째로 좀 바꿔야겠단 생각도 했고...
항상 생각해왔던 문제이기도 하지만 미루기만 했던 문제들~ 내겐 많은 깨달음을 준 책...


- 차례

1장 뤼크 13
2장 내 피아노 찾기 35
3장 슈팅글 도착하다 52
4장 가이야르 선생님 64
5장 자신에게 맞는 것 71
6장 펨버튼 선생님 84
7장 요스 92
8장 어떻게 소리가 나는가 104
9장 건반뚜껑 117
10장 세계가 더 시끄러워지다 129
11장 레슨 149
12장 공방 카페 161
13장 친선시합 171
14장 조율 187
15장 딱 맞는 말 206
16장 스콜라 칸토룸 220
17장 연기가 피어오르는 총 235
18장 거래 249
19장 베토벤의 피아노 258
20장 마스터클래스 268
21장 틈은 기계의 영혼이다 289
22장 파지올리 301
23장 마틸드 322
24장 또 다른 꿈의 피아노 342


- quote

* 내가 진짜로 쳐야 할 곡은 달의 뒷면만큼이나 낯설게 느껴졌다. 곡이 어떻게 진행되더라? 나는 자문했다. 그건 둘째치고, 시작은 어떻게 하더라? 내 얼굴은 입을 딱 벌린 채 굳어 있었다. 사람들은 내가 강렬한 열망에 사로잡힌 줄로만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손가락은 주먹으로 오그라들어 펴지지 않았다. (중략)
건반이 적이라도 되는 양 공격하여, 실수 하나 없이 곡을 그대로 끝까지 연주해버렸다. 이말은 그냥 악보에 있는 음표들을 다 쳤다는 뜻이다. (중략)
아무런 의미없는 곡예를 성곡적으로 수행해낸 서커스의 동물이 느꼈을 법한 감정이 몰려왔다.

* 이런 종류의 발표회는 모든 피아니스트 지ㅏㅇ생이 제2의 호로비츠가 될 수 있다고 하는 엄청난 신용사기에 기초를 두고 있는 것 같다.

* 이 책은 집중을 강조했으며, 배우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고 보았다. 모든 새로운 기술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해도 그 나름으로 깨달음과 만족을 준다. 당면한 과제를 수행하는 데 정신적 규율은 심미적인 쾌락만큼이나 중요하다. 제자는 스승을 존경하고, 엄격하게 위계적인 관계를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자신의 기술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방심하지 않으면서도 초연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훈련해야 한다.

* 그가 보기에 그랜드 피아노의 내부는 라벨을 붙이고 코르크 주위를 은박지로 싸는 것까지 샴페인 병의 포장과 흡사했다. (중략) "보라구, 그 두가지 모두 매우 양식화된 기호체계야. 말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엄격하게 준수하는 관례를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지. 게다가 규칙에 의해 제한을 받기는 하지만 그 변형들은 창의성과 어떤 우회적인 미적 감각을 마음껏 발휘해."

* 피아노는 모든 음 사이에 아주 분명한 음정이 있는 특정한 소리로만 이루어져 있지만, 노래는 무한히 다양하게 음이 변하여 하나의 높이에서 다른 높이로 갑자기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장폴은 피아노가 특정한 88개 음 높이로만 제한되어 있는 것이 매우 괴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목소리나 현악기는 이와 달리 무한한 변화가 가능하다. (중략)
 "피아노는 분명하고 정확하고 완벽하죠. 좁은 의미에서 말입니다. 하지만 노래는 꿈을 꾸게 해줍니다."
(중략)
피아니스트는 건반을 누를 때 나오는 소리의 정확함에 속박되어 있다. 조금이라도 그것을 올리거나 내릴 수 없다. 그냥 그대로다. 정신이 피아노의 구분된 음들로부터 하나의 연속체를 구축하여ㅛ 음악이 흐르는 듯한 착각을 만들려면 특정한 기법들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

* 외려 애조를 띤 느낌이었다. 수뱁 년에 걸쳐 귀중한 목재를 생산해낼 나무를 심고 기르고 베는 인간의 작업 전체가 이제 지상에서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세상이 우리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더 가난해졌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 단어만으로 이루어진 책이란게 없듯이, 음표만으로 이루어진 음악도 없지. 우리는 사물이 모호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