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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의 점심 by 엘리자베스 바드

LadyYvonne 2011. 9. 12. 23:36

파리에서의 점심 - 8점
엘리자베스 바드 지음, 오정아 옮김/노블마인


- 원제 Lunch in Paris (2010)


파리에 잠시 들른 미국여인이 우연히 만난 파리남자와의 점심식사 한번으로 뜻하지 않은 사랑에 빠져 결국 파리에 정착해 살아가는 좌충우돌 파리정착기랄까...
누구나 꿈꾸는 그런 러브스토리이기도 하지만 보통의 책들이 그렇듯이 기획은 좋으나 책 자체는 그게 끝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 외로 꽤 괜찮았다...
재미도 있고... 알게 되는 것도 있고... 느끼게 되는 것도 많고~
프랑스하면 또 맛난 음식이기에 각 에피소드마다 요리와 음식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거기에 맞는 레시피도 곁들여서 꽤 독특하다면 독특한 책이기도 하다...
특히 미국인과 프랑스인의 특성들 그리고 차이점들을 넘나 실감나게 표현해주어서 재미나다... 두 나라는 그야말로 극과 극이다...ㅋㅋ 프랑스는 항상 독특하면서도 잘 모르겠단 생각이 많았는데(영화나 책 등을 보면;) 이 책을 통해 의문점들을 많이 해소할 수 있었다...
단지 유쾌하기만 한 러브스토리이기만 한 건 또 아니다... 실제 결혼해서 서로의 가족들과도 깊이 엮이게 되니 깊은 이야기도 나오고 외국에서의 달콤하기만 한 이야기만이 아닌 쌉싸름한 이야기들도 있다... 그래서 더 와닿는다...



- quote


* 우리 미국인들은 처음 보는 사람한테도 생글거리며 멍청한 질문을 퍼부어대는, 말하자면 꼬리치는 강아지처럼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 우리는 아는 것만 다른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것도 달랐다. 미국에서는 모두가 죄다 비슷한 체크리스트를 갖고 있었다. 목록의 첫 항목은 너나 할 것 없이 '성공'이었다. (중략) 무엇이든 마침내 성공에 이르렀음을 세상에 증명할 수 있을 때까지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야 했다.
 그런데 그웬달한테는 체크리스트 같은 것이 없는 듯 했다. (중략) 그웬달은 결정을 해야 할때 딱 하나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것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 이것을 하면 즐거운가.

* 이 나라는 그런 식이야. 무언가 남들과 다른 걸 하고 싶어 하거나 머리가 조금이라도 튀어나오면 가만두지 않고 쳐내버리지. 프랑스 혁명이휴로는 줄곧 그래왔어.혁명의 구호였던 '자유, 평등, 박애'라는 말에도 보면 평등이 가운데 있잖아. 모두가 똑같아야 한다는 거지.

* 그웬달은 행복한 사람이었고, 나는 근본적으로 그런 이들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이었다. 내가 자란 미국에서는 어린아이들이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나는 자라서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것은 잘못된 대답이다.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자라서 의사가, 우주인이, 전투기조종사가 되고 싶어요."

* 그리고 파리도 있었다. 아름답지만 선뜻 곁을 내어주지 않는 도시. 나풀거리는 주름 장식과 그윽한 향기로 상대를 실컷 유혹하고는 작별의 키스도 없이 홀연히 사라지는 소녀와도 같은 도시다.

*  그와 결혼하는 것이 필연적이라는, 강렬하지만 기분좋은 느낌이 찾아들었다. 상상의 삶은 끝나고 새로운 삶, 현실의 삶이 내 눈앞에, 파리의 보도 위에 놓여 있었다. 나는 난생 처음으로 가까이 다가가 행복을 정면에서 똑바로 바라보았다. (중략)
그웬달이 나를 사랑하는 것이 일부분, 내가 지닌 권리 의식과 세상에 이루지 못할 일은 없다는 오만한 낙관주의 때문이라면, 나는 그의 미소와 마음, 세상에 대한 확신 때문에 그를 사랑했다. 앞으로 남은 삶을 매일같이 파리에서 보낸 첫날의 느낌을 더욱 키워가며 살고 싶었다. 다정하고 활기넘치고 자유로운 느낌.

* 9.11 참사가 있고 1년 반이 흐르는 사이, 엄마와 폴은 정치성향이 완전히 바뀐 것은 물론이고 뉴스 중독자들이 되어 있었다. (중략)
9.11 참사는 비통한 미국인들을 하나로 묶는 순간이었지만, 내게는 오히려 추방을 선고한 순간이었다. (중략) 
나는 다른 나라의 방송으로 역사의 한 장면을 지켜본 사람이었다. 그 순간 나는 그들에게 조금 덜 미국인인 사람이 되었다. (중략)
 과거에는 지극히 이성적이던 수많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의 부모님도 사담 후세인과 오사마 빈 라덴이 어릴 적 친구였으며 모래 상자 안에 함께 앉아 장난감 미군 병사의 머리를 플라스틱 삽으로 때리며 놀았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중략)
 미국 버전만이 진실이고 나머지는 전부 그것에 대한 논평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 프랑스인 대부분이 우리가 흔히 아는 형태의 신용카드를 한 장도 갖고 있지 않다. 니콜과 야닉은 그웬달이 열여덟 살이 되어서야 처음 집을 샀다. (중략)
"제가 자본주의자가 된지 3시간만에 벌써 1만 달러나 빚졌다는 말씀이십니까?" "그게 바로 우리 체제가 굴러가는 방식이라네. 모두가 모두에세 빚을 지지."

* 프랑스에서는 고객이 늘 옳다는 명제가 성립되지 않는다. 오히려 고객은 종종 심각한 오류를 범하는 존재이며, 계산대 뒤에 있는 사람은 고객에게 그 사실을 서슴없이 일깨운다. 왜 자신의 가게에 와서 맞지도 않는 치마를 사며, 음식 맛을 돋워주지도 않는 와인을 산단 말인가?

* 유럽인들은 친구 수를 늘리는 일에는 관심이 없는 듯했따. 그들에겐 가족이 있고, 함께 자란 친구가 있고, 대학을 함께 다닌 친구가 있고, 일하다 잠시 쉬는 시간에 담배를 피우며 잡담할 직장동료가 있었다. 이들의 사교활동은 이 작은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중략)
유럽인과는 하룻밤 새에 친구가 될 수 없다(함께 자지 않는한), 그러나 미국인들은, 특히 해외로 나온 미국인들은, 무리지어 여행하며 누구와도 스스럼없이 이야기한다.

* 프랑스인들이 사회적 이동을 믿지 않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다만 이들은 이런 변화가 서서히, 몇 세대에 걸쳐 이행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중략) 프랑스 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돈은 입에 올리기 껄끄러운 주제였다. (중략)
 사업을 시작함으로써 그웬달은 프랑스 사회에서 저지르면 안 되는 두가지 대죄를 범했다. 돈을 좇음으로써 엘리트의 귀족적 근원에 정면으로 도전했고, 자기 자신을 우두머리 자리에 올림으로써 프랑스 혁명과 1968년 시위의 평등주의 이상에도 반하는 짓을 저질렀다.

* 아메리칸 드림의 개념 안에는 자기 결정의 개념이 내포되어 있다. (중략) 결국 미국인들의 높은 기대는 - 그리고 거기에 뒤따르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 어떤 것도 가능하지 않다는 프랑스인들의 위축된 생각만큼이나 사람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