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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수업 by 오종우

LadyYvonne 2015. 7. 27. 20:04
예술 수업 - 8점
오종우 지음/어크로스

 

 

- 부제: 천재들의 빛나는 사유와 감각을 만나는 인문학자의 강의실

 

공부가 꽤 많이 되었다... 서점에서 잠깐 보고 꽤 내용이 괜찮은거 같아서 빌렸는데 역시 생각대로 좋았다...

밑에는 발췌했다기보단 요약해놓은 내용이랄까...

 

 

* 전문성과 애착은 창의력의 기반인 셈이죠.

 예술은 늘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 세상을 열어내지만, 그러기 위해서 모든 예술가는 언제나 기존에 확립된 규범을 학습하고 수련합니다 (중략) 진정한 예술가는 그러다가 저절로 기존의 것을 넘어서서 창의력을 발휘합니다.

 예술이 문화를 형성하는 근본동력이면서도 문화에 갇히지 않고 문화를 새롭게 일궈내는 핵심이 되는 원리가 이러한 이치에서 나옵니다.

 

* 인생이라는 자신의 작품을 창의적이고 능동적으로 만들어나간다면 그 역시 예술가의 속성을 지닌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략) 세상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감각이 살아 있어야 합니다. 이성이나 논리는 감각에서 나온 이해와 정보를 바탕으로 구축됩니다.

 

* 예술은 문화를 형성하는 핵심이면서도 그 패턴에 결코 종속되지 않고 새로운 사고를 탄생케 하는 가장 능동적인 원동력인 것입니다.

 세상을 창의적으로 해석해서 이해하는 일, 기성의 질서에 단순히 편입되기를 거부하고 주체로서 살아가는 일, 바로 이것이 예술의 근본성질입니다. (중략)

 인간의 삶은 소소한 것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예술은 그 사소한 것들에 새로운 무늬를 그려나가 전체에 스며들게 하죠.

 

* 규범만을 따르는 '정상적인' 사람들이 실용적이지 못한 이유는 경직되어 있어서 발생하는 사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상황을 해석하는 능력의 부재가 규범적인 사고에 담긴 문제지요.

  그렇게만 정상적인 사람들이 많은 사회에서는 여러 사건이 발생합니다. (중략) 그 까닭을 보면 대부분 사람들이 현실은 제대로 직시하지 못해 현실에서 발생하는 사태에 창의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중략)

 현실적이라는 말의 진짜 뜻은 현실에 창의적으로 대처한다는 것이죠. 매뉴얼에 나오지 않는 일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중략) 문화를 탄생시키는 예술의 근본동력인 해석능력이 세상을 '제대로' 살아가는 데도 중요합니다. 실질세계를 잘 살아내기 위해서는 여분세계의 시선을 갖춰야 하는 것이죠.

 

* 오이디푸스는 밝혀진 진실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눈을 찌른 뒤 황야로 나갑니다. 파멸했지만 패배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처럼 비극은 꿋꿋하게 자존하는 영웅을 통해 인간의 가치를 체험하게 해줍니다. 오이디푸스는 비참한 인간이지만 그럼에도 그 부당한 운명을 거스르려고 온 힘을 다했으며, 끝내 벗어나지 못했지만 굴복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중략) "비극은 완전한 행동의 모방이다."

 비극의 행동이 '완전하다'는 뜻은 비례와 척도의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비극의 행동은 열정, 능력, 그리고 추구하는 가치가 조화를 이루어 인간의 고귀함을 보여줍니다. 영웅은 초능력을 지닌 슈퍼맨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영웅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인간의 가치를 보존하는 인물을 뜻합니다. (중략)

 비극은 고난과 파멸 가운데 빛나는 정신적 가치를 보여줌으로써 관객에게 인간이라는 자긍심을 느끼게 해줍니다.

 

* 햄릿은 우리에게 오직 하나뿐인 생명의 유니버설(하나가 세상에 두루 통하여 전반적)한 가치를 버리고, 흔한 제너럴(같은 것들이 아주 많아 전반적)에 묻혀 근근이 살아가는 삶이 진정한 삶인가 하고 묻고 있습니다.

 

* 우리가 꿈을 꾸는 까닭은 지금 현실보다 더 나은 상태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중략) 꿈은 이원적이고 공간적인 사유형식입니다. (중략) 현실의 형편에서 벗어나 어렴풋한 뭔가에 사로잡혀 있는 모습을 보면 우리는 낭만적인 상태에 빠졌다고 하지요.

 예술은 꿈과 결코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 현재는 슬프더라도 실제로 살아가는 소중한 삶입니다. 그래야 기쁨도 맞을 수 있습니다. 시는 거듭해서 지금의 현실이 소중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셈입니다. (중략)

 꿈을 현실로 내려오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꿈이 실현됩니다. 현실에서 열매맺는다라는 실현이라는 말 그대로(중략)

 고도를 기다리며 (중략) 막연한 기다림, 그리고 꿈의 상실이 가져다준 허망함 같은 것 말이죠.

 

* 살아가면서 꿈은 언제나 필요하지만, 막연한 꿈은 희망을 안겨주기보다는 절망을 낳습니다. 절망은 꿈의 반대말이 아니니까요. 오래된 꿈이 절망입니다. (중략)

 사티는 (중략) 꿈이 현실과 만나야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 점이 짐노페디의 마지막 부분을 장식합니다.

 

* 우리는 그림에서 화가의 시선을 봅니다. (중략) 예술가의 새로운 시선을 느끼고 나서 다시 그 대상을 보면 없는 줄 알았던 새로운 세계가 열리게 됩니다.

 

* 창조는(중략) 기존의 것들을 새롭게 이해해서 구성하여 나오는 것입니다. 대상이 새로운 시선으로 파악됭되어 이전과는 다른 대상으로 거듭나는 것이 창조입니다. (중략) 창조성은 독창성을 뜻합니다. 대상이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시선이 창조되는 것이죠.

 미술사는 바로 시선의 변화사입니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하는 것을 미술의 흐름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술사는 곧 문화사이기도 합니다. 시선에는 세계관이 담기니까요. 새로운 세계는 새로운 시선을 말합니다. (중략)

 예술은 무언가에 관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무엇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술작품을 통해 새롭게 보고, 새롭게 듣고, 새롭게 느끼며, 새롭게 이해함으로써 이전보다 더 잘 보고, 더 잘 듣고, 더 잘 느끼며, 더 잘 이해하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중략)

 우리의 시각이 당대를 지배하는 가치체계에 따라 경직되기 쉽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동시에 예술의 창조를 말하고 있습니다. (중략) 오스카 와일드는 제임스 휘슬러가 런던의 안개를 그린 뒤로 런던에 자욱하게 핀 안개를 볼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기도 했고요.

 

* 칸딘스키는 (중략) 예술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를 (중략) 삶을 악함과 쓸모없는 유희로 변질시킨 물질주의 악몽에서 벗어나 우주 만물의 생명을 되살리는 일이라고 말이죠. (중략)

 물화한 세꼐의 문제는 현실성을 상실한다는 데 있습니다. 물화한 인식은 대상을 계량화해서 보며 그것을 객관적인 현실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 대상의 본질을 덮는 수치로 사물을 파악하여 현실을 왜곡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게 물화하면 각각의 개성은 없어지고 영혼도 소멸합니다.

 

* 예술의 실천은 체험되는 데 있습니다 (중략)

 

 상업영화와 예술영화의 비극적이면서 결정적인 차이점은, 예술이 가정과 사고를 고무하는 것과 달리, 대중이 선호하는 영화는 그 쉽고 거부하기 힘든 영향력으로 말미암아 그나마 남아있는 생각과 느낌을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고갈시켜버린다는 점이다. 아름다운 것과 정신적인 것에 대한 욕구를 이미 완전히 상실한 사람들은 영화를 코카콜라처럼 소비한다. - 타르콥스키의 봉인된 시간 중에서

 

* 3년동안 정성껏 물을 주었더니 죽은 나무가 소생했다는 어느 수도사의 전설. 이 터무니없는 전설은 의미 있는 일만 좇는 현대인들에게 의미없는 일의 가치를 전합니다. (중략)

 무의미는 전혀 터무니 없지 않습니다.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이 싹트는 곳입니다.

 

* <인간의 조건>은 사람이 살아가는 형편, 즉 우리네 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림으로만 본다면 내부에 있는 캔버스는 가상의 풍경입니다. 창밖 풍경이 실재입니다. 가상과 실재가 혼재한 삶, 그것이 인간이 살아가는 형편인 현실인 것입니다.

 

* 바닷소리가, (중략) 우리가 없어진 후에도 똑같이 무심하고 공허하게 울릴 것이다. 어쩌면 바로 이 변화 없음에, 우리 개개인의 삶과 죽음에 대한 완전한 무관심에, 우리의 영원한 구원에 관한, 지상의 끊임없는 삶의 움직임에 관한, 완성을 향한 부단한 움직임에 관한 비밀이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중략) - 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中

 결론이 뚜렷하게 나면 내용은 분명해지지만, 더이상 생각할 거리는 사라집니다. 그때는 의미 생산이 중단됩니다. 그러나 진정한 예술작품은 오랫동안, 때로는 평생토록 계속 의미를 생산하면서, 긴 여운을 남기는 것이죠.

 

* 현대에 올수록 사실과 진실은 더욱 괴리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대의 예술은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사실들을 더욱 비틀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현대예술이 난해하고 기이해진 것이죠.

 

* 퍼포먼스는 예술이 상품처럼 완성품으로 취급받는 시대에 저항합니다. 탈물질화를 통해 정신의 영역에 남고자 하는 것이죠.

 

* 현대 예술의 괴이함은 관객에게 충격을 주어 생각하는 인간으로 회복시키려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현대예술은 미적 감흥이 마취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하고 있는 겁니다. (중략)

 현대예술 (중략) 단지 지적인 부분에서만 작동하는, 한곳만 기형적으로 발달한 괴물같기도 합니다(중략)

 그러니 현대인들이 동시대의 예술을 즐기기보다는 불편해하며 외면하고, 고전을 찾고 있는 사정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적 체험이 예술의 정의는 아니지만, 예술의 기본가치 가운데 하나인 것은 분명합니다. 감성적인 승화를 통해서 사고를 발전시키는 것, 미적 체험 역시 사고의 깊이를 더해준다는 점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현대예술은 사적인 욕구에 의한 과도한 자기현시를 예술성과 구분하기 힘들게 만들기도 합니다. (중략)

 

 나는 현대 회화의 상당 부분에서 바로 원초적인 생가깅 결여되어 있다고 본다. 대신 현대회화는 오로지 지적인 탐구, 즉 상상의 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측면에 기울어 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나는 대부분의 현대회화를 가짜라고 간주한다. 현대회화에는 어떠한 내밀성도 없다. - 호퍼의 말

 

* 같은 시대를 살면서 그 속에서 노예인지도 모르고 노예처럼 사는 사람과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사람이 풍기는 향기는 다릅니다. 삶의 질도 달라집니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사회의 질도 달라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