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무빙 - 김중혁 지음/문학동네 |
역시 김중혁... 여러매체로 그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지라, 그렇듯이 옆에서 뭔가 얘기하는 듯한 수다떠는 듯한 그런 작품... 근데 앞에는 넘넘 재밌었는데 이상하게 뒤로 갈수록 흥미도가 뚝 떨어진다;;;
몸과 영화가 어우러진 에세이랄까...
이책 보면서... 그리고 그가 여러 매체에 나와서 얘기하는걸 들어보면 나랑 닮은 점이 꽤 된다;;;ㅋ
- quote
* 인간은 결국 시간 속에서 소멸해가는, 스스로를 상실해가는 존재들이다. 우리의 몸은 소멸의 징후를 그대로 보여주는 좋은 전광판인 셈이다. (중략) 레이먼드 카버의 '뚱보' 마지막 단락을 인용하며 이 글을 끝내고 싶다. "뭘 기다리는걸까. 난 알고 싶다. 8월이다. 내 인생은 변할 것이다. 나는 그것을 느낀다."
* 칼 포퍼는 "사람이 새로운 이해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유용한 방법은 공감적인 직관, 혹은 감정이입이다. 그것은 문제 속으로 들어가서 그 문제의 일부가 되어버리는 것이다"라고 했다. 나 들으라고 한 말 같은데, 칼 포퍼 아저씨, 이게 말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요. 몸이 이렇게 너덜너덜해지면서까지 타인의 감정에 이입해야만 하는 겁니까? (중략) 소설쓰기란 타인의 마음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작업이다. (중략)
예전에는 주인공이 감정의 파도를 뚫고 지나가는 영화를 보고 났을 때만 몸이 아팠다. 함께 겪고, 함께 고민하고, 함께 선택하고, 함께 울었으니 몸이 힘든게 당연했다. 마음이 아프면 몸도 힘들다.
* 분노하고 싶었지만 대상을 찾지 못했고, 치료하고 싶었지만 병의 실체를 알 수 없었다. 무력하고 또 무력했다. 현재를 알 수 없고, 미래가 불투명할 때 '절망의 마음'이 생겨난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마음의 무게가 몸으로 전해져 무기력증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무기력증에 그나마 좋은 약은 영화와 소설이었다. 다른 세상을 둘러보고 나면 현실이 잠깐씩 낯설어졌고, 절망의 마음이 아주 조금 줄어들었다.
* 우리의 몸은 인식보다 강력하며, 기억한다고 해서 아는 게 아닐 수 있으며, 안다고 해서 영원히 기억할 수 없으며, 우리가 대체 어떤 존재들인지 영원히 모르고 죽을 확률이 클 것이다. 아직 인생의 비밀 같은 것은 전혀 모를 나이이고, 앞으로도 모를 것 같은 강한 예감이 들지만, 죽을 때까지 팔다리를 흔들어야 하는 운명이라면 버둥거리기보다 춤을 추며 살고 싶다. 춤을 추며 죽고 싶다.
* 우주에서 맞는 공간의 무한함이란 얼마나 무시무시한 감각일까. 위도 깜깜하고 아래도 깜깜하고, 앞도 뒤도 왼쪽도 오른쪽도 깜깜하다.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
우주를 체험한 후에 느낄 수 있는 신비로운 고독감 같은 것을 흔히 우주 감각이라 부른다. 역사상 위대한 정신적 스승들이 평범한 인간들과 달랐던 지점이 바로 이 우주감각이었다. 위대한 스승들은 우주에 나가지 않고도 무한한 공간을 느끼고, 우주에 나가지 않고도 신이라는 존재를 규정했으며, 무중력을 체험하지 않고도 내가 속하지 않은 세계으 무게를 가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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