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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되겠지 by 김중혁

LadyYvonne 2014. 7. 18. 23:07

뭐라도 되겠지 - 8점
김중혁 지음/마음산책

 

- 부제: 호기심과 편애로 만드는 특별한 세상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 책방을 듣고 발견한 작가 김중혁... 은근 재밌고 매력있어서 그가 궁금해졌고 그의 책이 궁금해졌다...

소설을 읽으려 했는데 어쩌다 보니 그의 산문집을 먼저...

산문집은 익히 팟캐스트에서 들었던 바로 그다운 글이었다...

완전 재미나!!! ㅋㅋㅋ 그냥 헐랭헐랭 싱거운 소리나 하는게 아니라 알맹이도 있으면서 재미가 넘치니 매력넘치는 책이더라는... 다시한번 그에게 빠졌고... 이젠 제대로 그의 소설에 도전해봐야겠다...

단지 마지막 챕터 격인 한겨레신문에 칼럼으로 썼던 글모음은 앞의 다른 글들에 비해 재미없었다...

 

 

 

 

- quote

 

* 시간은 늘 우리를 쪽팔리게 한다. 우리는 자라지만, 기록은 남기 때문이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만, 기록은 정지하기 때문이다. 자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쪽팔림도 없을 것이다. 반대로, 쪽팔림이 없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 시간은 충분하다. 우리의 목표가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면, 그저 성실하게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조금만 더 행복해지면 된다. 주름을 만들듯 천천히 내 속도로 걸어가기만 하면 된다.

 

 * 아무것도 하지 않던 시간, 정신줄을 놓은 채 목숨걸고 놀던 시간, 그 완벽한 진공의 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다. 스무살이라는 나이는 너무 싱싱해서 쉽게 상하기 때문에 가끔은 진공포장하여 외부의 대기로부터 격리해주어야 한다. 20년이 지났지만 그때 진공 포장해둔 나의 뇌 일부분은 아주 싱싱하다.

 

* 눈에 보이는 걸 하고 싶었다. 벽돌을 쌓아올리든 땅을 파든 물건을 옮기든 뭔가 눈앞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글을 쓴다는 건 참으로 추상적인 일이다. 추상적인 일을 하다보니 스트레스 역시 추상적이었다.

 

* 내가 생각하기에 '재능'이란, (천재가 아닌 다음에야) 누군가의 짐짝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나에 대한 배려 없이 무작정 흐르는 시간을 견디는 법을 배운다음에 생겨나는 것 같다. 그래, 버티다 보면 재능도 생기고, 뭐라도 되겠지.

 

* 그래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다른 무엇을 포기하고 있었다. 시간을 포시하고, 돈을 포기하고, 또다른 어떤 것을 포기한 다음,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결국 인생은 어떤 것을 포기하는가의 문제다. 선택은 겉으로 드러나지만 포기는 잘 보이지 않는다.  (중략) 얼마나 기분좋게 포기할 수 있는가에 따라 인생이 즐거울 수도 있고 괴로울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돈과 성공과 권력을 포기하고 (글쎄, 포기하지 않았어도 거머쥐긴 힘들었겠지만) 시간을 선택했다. 바쁘게 사는 대신 한가한 삶을 선택했다. 즐겁게 포기할 수 있었다.

 

* 마음이나 예술에는 목표가 없다. 마음을 기록하는 예술은, 그러므로 산만한 자들의 몫이다.

 

* 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도 개인을 바꿀 수는 있을테니까, 개인이 바뀐다면 언젠가는 세상이 바뀔 수도 있을 테니까, 포기할 수 없다. 

 

* 저녁 7시가 지나면서 마음은 점점 초조해지고 갑자기 할 일이 생각나면서 허둥거리기 시작했겠지? 여유 있게 뭔가 할 수 있는 일요일의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책도 읽고 싶어지고 영화도 보고 싶어지고 그랬겠지? 그러다 새벽 2시까지 컴퓨터 오락만 하다가 '아,나는 정말...' 하고 한숨을 쉬면서 침대 위로 올라갔을것이다.

 

* 무라카미 류의 작품<69> 속 작가의 말을 자주 인용하고 다녔다.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다. 유일한 복수는 그들보다 즐겁게 사는 것이다.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지겨운 사람들에게 나의 웃음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싸움을, 나는 죽을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