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 libris

김영하 여행자 도쿄 by 김영하

LadyYvonne 2014. 5. 13. 22:23
김영하 여행자 도쿄 - 4점
김영하 지음/아트북스

 

- 시리즈: 김영하 여행자 2 (2008)

 

내가 좋아하는 도쿄에 대해 김영하는 어찌 생각했을까하는 호기심으로 본 책~

앞부분엔 짧은 그의 단편소설이 있고 중간엔 조금 다른 관점의 도쿄사진들이 꽤 많았고(아마 김영하가 찍은 사진인듯), 그리고 김영하의 도쿄에 대한 여행에세이가 구성된 책이었다... 책은 좀 실망~

하지만 도쿄에 대한 그의 생각 중 어떤 부분은(밑에 quote된 부분이겠지) 꽤나 공감이 갔던~

 

 

 

- quote

 

* 도시에 대한 무지, 그것이야말로 여행자가 가진 특권이다. 그것을 깨달은 후로는 나는 어느 도시에 가든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말을 다 신뢰하지는 않게 되었다. 그들은 '알고 있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 앎에 '갇혀' 있다. 이런 깨달음을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도 적용해보면 어떨까? 갇힌 앎을 버리고 자기가 살고 있는 도시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 도쿄는 이런 신뢰 비용이 낮은 도시이다. 일반적인 도쿄 시민은 'made in usa'보다 국산(일본산)을 더 믿는다. (중략)

신뢰의 비용이 적은 곳이기 때문에 창업하는 사람의 몸도 가벼울 수 밖에 없다. 도쿄의 젊은이들은 참 간단하게도 가게를 차리는 것 같다. 어떤 것을 사랑하고 그것을 취향으로 가꿔가다가 어느 경지에 이르면 그것을 남과 나눠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 취향을 남과 공유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상점을 여는 것이다. 프랑스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테이블 두개짜리 식당을 내고 빈티지 옷을 잘 고르는 사람은 빈티지 옷가게를 낸다. 커피를 좋아하면 원두를 직접 갈아 내리는 작은 카페를 차린다. 장난감이 너무 많아 감당이 안되면 드디어는 팔기 시작한다. 도쿄의 젊은이들을 관찰해 보면 창업에 이르는 생각의 경로가 우리와는 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먹고살려면 뭘 하는 게 좋을까'라고 생각하는 게 우리라면, '내가 좋아하는 걸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을 없을까'라고 생각하는 게 도쿄의 젊은이들 같다.

 이러다보니 도쿄에는 정말 다양한 상점이 있다. (중략) 도쿄에는 상점의 수도 많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중략) 내가 좋아하는 쇼핑은 백화점의 쇼윈도 사이를 돌아다니는 그런 것이 아니다. 거리를 걷다가 문득 작고 아름다운 가게를 발견하면 조용히 문을 밀고 들어가 구석에 앉아 있는 주인과 눈인사를 나눈 후, 그가 섬세하게 배열해놓은 물건들 사이를 조심스럽게 거닐다가 다시 주인과 눈을 맞추고, 가게 밖으로 나와 바깥의 신선한 공기를 쐬면서 조금 전에 본 물건들을 되새겨보고는 다시 거리를 걷기 시작하는,(중략) 그것은 쇼핑이면서 동시에 산책이고 산책이면서 동시에 도시와 나누는 특수한 방식의 대화라고 할 수 있다. (중략) 도쿄에서는 그런 소통이 가능한 상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중략)

 도쿄에서 절과 신사, 미술관과 백화점만 보고 돌아가는 사람은 불운하다. 도쿄에서는 적어도 하루를 들여 골목골목에 숨어 있는 작고 아담한 가게들을 순례하는 시간을 가져봐야 한다. 그것은 도쿄가 세계의 여행자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전 세계 어느 도시에서도 취향과 고집을 가진 인간들이 친절하기까지를 기대하는 것은 본래 무리한 일이다. 오직 도쿄만이 그 예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