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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편력기 by 요네하라 마리

LadyYvonne 2012. 11. 3. 15:03
문화편력기 - 8점
요네하라 마리 지음, 조영렬 옮김, 이현우 감수/마음산책

 

 

- 원제 : 心腸に毛が生えている理由 (심장에 털이 난 이유)

- 부제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문화기행

 

마리여사의 세계문화 전반을 아우르며 특유의 날카로운 풍자와 재치있는 위트가 빛나는 70여편의 짧은 에세이모음~

그녀의 마지막 저서라는데...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몇 안되는 그녀의 책 중 가장 읽기쉽고 재밌지 않았나싶다... 그렇다고 마냥 가볍기만 한 그런 에세이는 절대 아니다... 이 책을 읽고나니 좀더 그녀의 제대로 된 본격적인 작품을 읽고 싶단 생각이... '올가의 반어법' 읽어봐야겠다~ 그녀의 책은 읽다보면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는구나~^^

아, 특히 잘 모르는 동유럽(그쪽 지역사람들은 이렇게 지칭하는 걸 싫어한단다... 중앙유럽이라 해야한단다;)과 러시아사람들에 관해 새롭고 흥미로운 것들을 많이 알게 해준다...ㅋ

그녀의 책으론 항상 느끼는거지만 역시 그녀는 날 실망시키지 않는다...

그녀의 세계에 대한, 사람에 대한, 역사에 대한 사유며 판단이며 통찰이며... 부제가 딱 그녀와 그녀의 책을 설명해준다...

유쾌한 지식 여행자의 세계문화기행~ 정말 꽃보다 마리다! ^^

 

 

 

- quote

 

* 그 순간 당사자의 혼은 어떤 상태일까. 틀림없이 무서운 경련을 일으켰을 것입니다. 그것은 혼에 대한 모욕입니다! '살인하지 말라'고 성경에도 똑똑히 쓰여 있습니다. 그런데도 사람이 사람을 죽였다고 해서 그 사람까지 죽이라는 법은 없지요. (도스토예프스키)

 

* 하지만 세르비아인 세력이 한 짓만 충격적 뉴스가 되어 전 세계에 퍼져 '세르비아 악당론'이 확고하게 형성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중략)

 이러한 일방적인 정보 조작 과정은 앞으로 조속히 검증되어야 할터인데, 현시점에서 마음에 걸리는 것은 우고내전의 두 주역을 지원한 여러 나라들의 종교적 색채가 노골적일 만큼 명확하게 갈린다는 점이다. (중략) 현대 세계의 종교 지도를 보면 국제 여론의 형세는 압도적으로 가톨릭에 유리하다는 것이 명료하게 드러난다.

 

* 미국인 남편이 아내에게 말한다. "꿀 좀 집어주오, 나의 허니!"

영국인 남편이 아내에게 말한다. "설탕 좀 집어주구려, 나의 슈거!"

일본인 남편도 아내에게, "햄 좀 집어주쇼..." 라고 말을 꺼내기는 했는데, 입을 다물고 한참 고심하더니 덧붙혔다. "나의 새끼 돼지."

 

* 몸의 안전이나 나날의 먹을 거리 등 근원적이고 절실한 문제를 자기의 지능과 체력을 동원하여 있는 힘껏 살아가고 있는 야생동물 쪽이, 그 모든 것을 사람에게 맡겨서 머리도 몸도 쓰지 않는 가축보다 뇌가 발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사람에게도 해당한다. 과보호로 유순해진 사람보다 홀로 독립하여 자력으로 사는 사람이 머리를 더 쓰기 마련이고, 그만큼 머리도 좋아질 것이다.

 

* 러시아인에게는 자기의 재능은 ;나만의 것은 아니다'라는 이상한 감각이 있습니다.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중략)가 자기를 천재라고 딱 잘라 말하는 데는 어엿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고등음악원 시절에, 자기보다 연습을 열배로 하는 사람이 자기보다 잘 못하고, 그다지 연습하지 않았는데도 자기는 아주 훌륭하게 연주할 수 있었답니다. 노력해서 몸에 익힌 재능이라면 자기 것이지만, 자기 재능은 하느님이 주신 것이기 때문에, 자존심이나 잘 보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전혀 없는 거스 '그것이 천재'라는 것입니다.

 

* "사회주의 체제가 꽤 견고했던 시절에는 사회주의 진영과 자본주의 진영의 대립이 있었지만, 그것이 제거되어버리자 그 속에 잇던 종교라든가 민족의 대립이 노골적으로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그리 되고 보니, 저 이데올로기 대립 자체가 진짜로는 종교 대립의 일시적인 변형태였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듭니다. (중략)"

 "그런의미에서는 정치가 아니라 종교전쟁 같은 것이었다...?" 

 "그렇습니다. 감정을 지배하는 데에는 대대로 전해져온 생활감각이나 인생관, 인간관의 가장 깊은 곳, 엑기스 같은 것이 크게 작용하는구나 싶었습니다."

 

* "체코인을 생각하면 대하소설 적인 것, 거대한 로망은 싹트지 않은 것 같습니다. 블랙 유머 같은 것은 매우 뛰어납니다만, 주관에 완전히 몸을 맡기는, 서정에 몸을 맡기는 것이 불가능한 민족입니다. (중략) 늘 바깥쪽에서 자기를 보고, 삐딱하게 비꼴 자세가 되어 있지요.(중략) 이 민족은 너무도 자기를 객관적으로 봅니다. 질 거라는 사실을 알면 절대로 싸우지 않습니다. 독일이 들어왔을 때도 날렵하게 뒤로 물러났습니다. 그러한 기질이 문학에도 착실히 반영되어 잇어서, 체코저항문학은 아주 보잘것 없습니다. 그에 비해 폴란드는 질것을 알면서도 싸우지요. 어느 쪽을 사랑하느냐 하면, 저는 폴란드 문학쪽을 사랑합니다만."

 "그러고보니, 사귄다면 체코인보다 슬로바키아인 쪽이 좋다고도 쓰셨지요.^^"

 "체코인은 늘 계산하는 데가 있으니까요.(중략) 러시아와 프라하에서 특파원을 한적이 있는 신문기자도, 러시아인은 정말 사람이 좋다니까. 슬라브계니까 똑같겠지 하고 생각햇지만, 체코인은 겉은 비슷해도 러시아인하고는 전혀 다른 인종이야라는 말을 했습니다. 다만 냉정하고 계산이 빠르고 시니컬한 인간은 진짜로 잔혹한 짓은 하지 않습니다. '정말 사람 좋은' 이들일수록 잔혹해질 수 있지요."

 "시니컬한 인간은 자기 자신도 비판의 대상으로 삼으니까요. '정말 사람 좋은'이들이 실은 제일 무섭습니다."

(중략)

 "괴뢰정권은 노르웨이나 스웨덴에도 생겼습니다만, 하는 짓은 전부 똑같았습니다. " (중략)

 "그런 의미에서는 인류는 보편적이고 비슷한 존재라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