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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by 무라카미 하루키

LadyYvonne 2014. 11. 12. 12:29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 4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비채

 

 

정말 잡다한 글들의 모임... 각종 수상소감부터 다른 작가의 책에 딸리는 추천글을 비롯 미발표에세이까지...

앞부분은 넘 잡다해서 별로였고 뒤쪽은 괜찮았다...

사실 하루키의 소설보단 에세이를 좋아하는 쪽이긴 하지만 이 책은 그닥 맘에 들진 않는다... 넘 잡다해서;;; 하지만 또 다르게 보면 이런 잡다한 글들까지 모아서 낼정도의 작가인거라...하루키는... 하루키정도는 이런 글들도 한데 모아 정리해줘야지~그게 당연하다는 생각도...^^; 

어쨌든 맘에 안든다;;;

 

 

- quote

 

* "소설가란 많은 것을 관찰하고, 판단은 조금만 내리는 일을 생업으로 삼는 인간입니다." (중략)  소설가는 왜 많은 것을 관찰해야만 할까? 많은 것을 올바로 관찰하지 않으면 많은 것을 올바로 묘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략)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는 쪽은 늘 독자이지 작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소설가의 역할은 마땅히 내려야 할 판단을 가장 매력적인 형태로 만들어서 독자에게 은근슬쩍(폭력적이라도 딱히 상관은 없지만) 건네주는 데 있다.

(중략)

 글 쓰는 이의 역할은 하나의 결론을 전달하기 보다는 총체적인 정경을 전달하는 데 있으니까.

 

* 소설가는 뛰어난 거짓말을 함으로써, 현실에 가까운 허구를 만들어냄으로써, 진실을 어딘가 다른 곳으로 끌어내고 그곳에 새로운 빛을 비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략) 우리는 진실을 꾀어내 허구가 있는 곳으로 옮겨놓고, 허구의 형태로 치환하여 진실의 끝자락이라도 붙잡으려 애쓰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ㅔ서는 무엇보다 먼저 자기 안에 진실의 소재를 명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그것이 뛰어난 거짓말을 하기 위한 주요한 자격입니다.

(중략)

 혹시 여기에 높고 단단한 벽이 있고, 거기에 부딪혀서 깨지는 알이 있다면, 나는 늘 그 알의 편에 서겠다.

 그렇습니다, 아무리 벽이 옳고 알이 그르더라도, 그래도 나는 알편에 설 것입니다. (중략) 우리는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각자 하나의 알이라고. (중략) 기 벽에는 이름이 있습니다. '시스템'입니다.

 

* 그들은 시라케 세대라고 불린다. 그들보다 앞선 단카이 세대가 뜨겁고 집단적인 경향을 띠며, 공격적이고 수직적 사고로 내달리기 쉬운 반면, 시라케 세대는 냉정하고 개인주의적이고 방어적인데다 사고도 수평적이라고 일반적으로 간주되어 왔다.(중략)

단카이 세대가 정치적인 색채가 짙은 관념론을 중심축으로 한 공유감을 중심명제로 삼았던 데 반해 그들은 오히려 타자와의 차별성을 중시했다.(중략)

 그것은 결과적으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건설적인 차이를 포기하고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 자체만을 목적으로 하는 출구없는 차이로 변질되어갔다. 그리고 거품경제의 출현과 함께 그 차이에 점점 더 많은 돈을 쏟아붓게 되엇따. 조르지오 아르마니로, BMW로, 빈티지 와인으로, 세상사는 카탈로그처럼 진전되어갔다. (중략) 그러한 경쟁이 야기하는 것은 대부분의 국면에서 드러나는 한없는 폐색감이며, 목적 상실에서 비롯한 욕구불만이다. (중략)

 강력한 아우라를 가진 누군가가 시스템 밖에서 나타나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신선한 공기를 안으로 불러들여, 개별적 차이니 뭐니 그런 성가신 것은 신경쓸 필요가 없다 이리로 와 시키는 대로만 해라 고 말을 건넸을 때 그들은 저항할 수 없었다.(중략)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그들은 사회 시스템에 수용되는 것을 망설이고 거부하기 시작했다. (중략) 사회 자체가 목적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중략) 사회화가 더는 자명한 선이 아니게 된 시점에서 그들은 노라고 선언한 것이다. 그것은 반항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순수한 의문의 연장선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중략) 전후 오십년간 그토록 열심히 일하고 끊임없이 물질적인 풍부함을 추구한 결과 우리는 지금 어디에 도달했는가? (중략)

 사회의 경제적 발전이 그대로 개인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실감한 최초 세대가 이 시점에 등장한것이다. (중략)

 일본이 제아무리 경제적 번영을 숫자로 떠들며 자랑해도 사회를 구성하는 보통사람들은 그에 걸맞은 풍요로운 생활을 제 손에 얻었다고는 실감하기 힘들었다.

 

* 전철에 타면 아주 자연스럽게 주위 승객들을 둘러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 있는 이 사람들 모두가 각자 심오한 인생을 사는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래,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고독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고독하지 않다라고 생각한다. 이 작업을 하기 전에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그것은 단지 전철이요, 단지 낯선 타인일 뿐이었다. 그것은 지금 나에게 하나의 큰 수확이다.

 

* 적어도 고전이라 불릴만한 작품에는 몇가지 얼터너티브(대안)가 필요하다. 양질의 몇가지 선택지가 존재해 다양한 측면에서 집적하여 오리지널 텍스트의 본디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르게 하는 것이 번역의 가장 바람직한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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