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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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팬이지만 1Q84로 실망한지라... 큰 기대없이 봤다... 특이한 제목에 이끌려...
1Q84보단 괜찮았다... 하지만 일찌기 그의 상실적인 초기 작품들에서 우울함에 허우적거리다가 그의 장편소설은 이제 안보리란 결심이었다가(수필은 나름 유쾌했고 단편소설도 재밌었으므로 계속 봤고 또 여전히 하루키의 팬이었지만) 스푸트니크와 카프카로 하루키의 장편소설도 이제 기분 나쁘지 않아라며 그의 장편소설계로도 다시 돌아왔으나 1Q84로 거장이 되어 돌아온 하루키의 장편소설은 다시 기분이 안좋아지는 작품들이 되었다...
일본어 특유의 색채가 있고 없는 이름에 대한 설정은 재밌었다... 왠지 하루키는 앞으로도 계속 더 우울해질 것 같은 이 예감은 하루키 팬에서 떠나야하는 건가? 그래도 너무나 유명하기에 하루키에 대해 폄훼하는 평들이 여전히 거슬리는건 아직도 내가 하루키 팬이기 때문이겠지?
- quote
* 그때 죽었더라면 좋았을지도 몰라. (중략) 그랬더라면 지금 여기 있는 세계는 존재하지 않았다. (중략) 여기 있는 세계가 존재하지 않게 되고, 여기에서 현실이라 부르는 것들이 현실이 아니게 된다는 것. 이 세계에 그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로 자신에게 이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 죽음에 대해 또는 삶의 상실에 대해 끝도 없이 생각했다. 어두운 심연이 그의 눈앞에서 크게 입을 벌린 채 지구의 중심까지 곧장 뻗어 있었다. 보이는 것은 오로지 짙은 구름으로 소용돌이치는 허무였으며, 들리는 것이라고는 고막을 압박하는 깊은 침묵이었다.
* "사고란 수염 같은 것이다. 성장하기 전에는 나오지 않는다. 분명 누군가가 한 말 같은데." (중략) "볼테르입니다." (중략)
" 볼테르가 하고자 했던 말은 사고보다 오히려 성찰에 관한 것이 아니었을까." (중략) "성찰을 낳는 것은 아픔입니다. 나이도 아니고, 하물며 수염은 더더욱 아니죠."
* 아무리 밋밋하고 평범하더라도 삶에는 살 만한 가치가 있지.
* 화사 생활을 통해 배운 또 한가지는 이 세상 대부분의 인간은 남에게 명령을 받고 그걸 따르는 일에 특별히 저항감을 갖지 않는다는거야. 오히려 명령을 받는 데 기쁨마저 느끼지. 물론 불평불만이야 하지만 그건 진심이 아냐. 그냥 습관적으로 투덜대는 것뿐이야. 자신의 머리로 뭔가를 생각하라, 책임을 가지고 판단하라고 하면 그냥 혼란에 빠지는 거야.
* 재능이란 그릇과 같아. 아무리 노력해도 그 사이즈는 쉽사리 바뀌지 않아. 그리고 일정한 양을 넘으면 물은 더 들어가지 앟아.
* 나고야는 일본에서도 몇 안되는 대도시이지만 동시에 좁은 곳이기도 해. 사람은 많고 산업은 융성하고 물자는 풍부하지만 선택지는 의외로 적어. 우리 같은 인간이 스스로에게 정직하고 자유롭게 살아간다는 게 여기서는 간단한 일이 아니야... 어이, 이런 거 엄청난 패러독스라는 생각 안들어? 우리는 삶의 과정에서 진실한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발견하게 돼. 그리고 발견할수록 자기 자신을 상실해 가는 거야.
* 사람의 마음과 사람의 마음은 조화만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처와 상처로 깊이 연결된 것이다. 아픔과 아픔으로 나약함과 나약함으로 이어진다. 비통한 절규를 내포하지 않은 고요는 없으며 따 위에 피 흘리지 않는 용서는 없고, 가슴 아픈 상실을 통과하지 않는 수용은 없다. 그것이 진정한 조화의 근저에 있는 것이다.
* 얼마나 많은 시간을 사람들은 매일매일 통근하는 데 소비하는 걸까, (중략) 하루에서 그 두시간에서 세시간을 인생에서 무엇보다 유익한 시간, 양질의 시간이라 부르기는 힘들지 않을까. 사람의 인생에서 어느정도 시간이 이런 (아마) 의미없는 이동을 위해 박탈당하고 사라져 버리는 것일까? 그것이 얼마나 인간을 피폐하게 만들고 소모시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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