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노트 -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석중 옮김/마음산책 |
- 원제: 眞晝の星空 (2005)
- 부제: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80가지 생각 코드
부제가 이 책의 제목으로 정말 딱이지 싶다...
정말 유쾌한 지식여행자인 요네하라 마리가 요미우리 신문 일요판에 매주 썼던 잡문에세이들을 모은 작품...
러시아어 동시통역사이기도 한 저자는 어린 시절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를 다니는 등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며 자라서인지 생각의 코드가 넓고 깊다... 게다가 타고난 재담가인지 재밌고 유쾌하다...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잡문에세이를 아무나 쓸 수 없는 유쾌하고 위트넘치며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움까지 곁들인 그녀의 글에 완전 반했다... 그녀의 다른 작품들 섭렵하리라~^^
- quote
* 평범한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여, 그런 까닭에 마치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것이여! 나를 통해서, 내 영혼 깊은 곳의 가장 맑은 어둠을 등에 지고, 한껏 빛을 내뿜으며 만인의 눈에 보이는 것이 되어라. - 올가 베르골츠의 낮별 중
* '달란트를 땅속에 묻음-> 노력 여하에 따라 꽃필 수 있는 가능성을 묻어버림' 에서 '달란트=재능'이 된 듯하다. (중략)
그것은 바로, 재능이란 재능 그 자체뿐이 아니라 그것을 현실에 맞춰 살리는 능력까지 포함한다는 사고방식이다.
'나에게는 재능이 잇는데 바보같은 주위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늘 푸념만 하는 사람이 있다. 탤런트의 어원에 의하면 재능은 묻힐 리가 없다. 그 재능을 꽃피우는 힘도 재능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 말은 제구실을 하게 되면 비유로서도 활약하기 시작한다.
* 만인이 법적으로 평등한 사회는 그와 동시에 만물이 돈의 위력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는 사회가 되었다. 모든 것이 상품이 되고 소비의 대상이 된다. 어떤 권위나 신비도 돈으로 환산되고 평가되면서 그 베일이 벗겨진다. (중략)
프랑스 혁명으로부터 2세기가 넘게 지난 지금, 그 당시 인류가 얻어낸 성과에도 슬슬 손질이 필요하다. 돈벌이 대상에서 제외해야 할 성역을 마련할 시기가 온것이 아닐까.
* 나는 무엇보다도 학문과 예술의 여신들이 기억의 여신의 피를 잇는다는 고대 그리스인의 통찰력에 감복했다. 인간의 창조적 정신 활동은 출적된 기억이라는 이름의 토양에서 꽃핀다는 진실을 발견한 지혜에 대해서 말이다.
정보의 범람 속에서 현대인은 기억의 부담을 줄일 작정으로 부지런히 컴퓨터에 그 부담을 지우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결과적으로 인간의 자유롭고 창조적인 정신활동을 빈곤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염려되는 요즘이다.
* 이 이야기의 저자 이솝은 전적으로 태양의 편이다. 대부분의 독자도 북풍의 수단은 어리석기 그지없고, 태양이야말로 현명하다는 교훈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중략)
하지만 요즘, 때와 경우에 따라서 태양보다 북풍의 방식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북풍의 의지에 반하는 것으로 여행자는 자신의 의지를 명확하게 자각했다. 하지만 태양의 경우, 여행자는 태양의 의지를 마치 자기 자신의 의지라고 착각해 외투와 모자를 벗었기 때문이다. (중략)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하고 일단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를 표방하는 사회가 출현하니, 국민의 의지를 조작하는 방법은 태양형으로 전환되어갔다. 매스컴을 통한 여론 유도는 무척 교묘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마치 자긴의 자유로운 의지를 바탕으로 한 듯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상품을 끊임없이 사고, 방송 인터뷰를 하면 열에 아홉이 마치 자신의 의견인 양 방송진행자나 신문의 논조를 반복한다. 그러다가 자신이나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의 이해에 반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정당에 자진해서 투표하기도 한다. 그런 행동이 정보 조작의 결과라는 것은 눈곱만큼도 의심하지 않는다. (중략) 정신의 자유를 위해서는 허울뿐인 자유보다는 자각하고 있는 속박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 일본이라는 나라와 일본인에 대해서 외국인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도 지나치게 신경 쓴다. 외국에서 온 유명아티스트를 붙잡고는 "일본여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같은 창피한 질문을 하는 리포터가 끊이지 않는다. (중략) 게다가 자기 의견이 없으니 그 평가를 상대화하지 목하고 무턱대고 고마워한다.
타인의 눈이라는 거울을 한 번쯤 깨부술 수는 없을까.
* "내 인생은 매일 아침 두시간씩 들여서 갈 가치도 없는 회사에 다니며, 매일 밤 두시간씩 들여서 갈 가치도 없는 집에 돌아가는 짓을 반복하다가 끝나고 마는 걸까."
* 훌륭한 지위와 학력에 대해서도 본인보다도 그의 어머니나 부인이 이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이 법칙에 따르면 어머니들의 치맛바람 퇴치법은 단 하나다. 어머니들 자신이 자녀의 수험과 인생의 당사자가 되는 것이다. (중략)
앞부분에서 냉전시대에 다행히도 미소의 직접적인 결투는 피할 수 있었다고 썼지만, 실은 '불행히도'라고 바꿔 말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 물벼룩은 생식 환경에 부족함이 없고 기존개체가 장수하는 경우에는 출생률이 낮고, 반대로 환경이 격변하여 사망률이 높아지면 반비례하듯이 알을 많이 낳는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인간이라 한들 동물이지 않은가. 전쟁과 기아로 사망자가 급증하는 시기 뒤에 오는 것은 나라를 불문하고 베이비붐이었다. 지금도 평균 수명이 짧고 유아사망률이 높은 개발도상국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한편, 생활수준이 높고 아이를 키우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의 선진국에서는 출생률이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 디즈니랜드에 (중략) 방문객이 놀이시설에 참가하는 방법은 놀랄 정도로 똑같은 패턴이다. 방문객은 놀이 시설에 준비된 공간으로 들어가면 끝이다. 자기 발로 걷는 것조차 하지 않고, 손을 써 무언가를 조작하지도 않는다. (중략) 요컨대 인간이 가진 수많은 능동적인 힘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 (중략) 그저 방관자로서 눈과 귀로 감지하는 능력만 있으면 된다.
내 등골에 전율이 흐른 이유는 이 디즈니랜드의 무시무시한 풍경이 지금 우리가 사는 소비사회의 축소판과 다름없다는 데 생각이 (중략)
인간에게 요구되는 유일한 능동적 행위는 돈을 내는 일. (중략)
비만인구가 늘어가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중력)
운동부족을 해소하려 해도, 이제는 좀처럼 무료로는 할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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