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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 by 진중권

LadyYvonne 2017. 2. 20. 23:57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 - 6점
진중권 지음/천년의상상

 

-부제: 지혜로운 집사가 되기 위한 지침서

 

 

오랫만에 읽은 진중권의 가벼운 책... 고양이 루비를 이용해서 이런 책을 만들어냈구나~ㅋ 그냥 루비와의 이야긴가 했는데 인문학적인 걸 가볍게 쓴 책... 루비가 구술하고 진중권이 받아적으셨단다~ㅋ

 

 

- quote

 

* 마술사는 먼저 모닥불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한줌 취하고, 거기에 혀처럼 날름거리는 불길 한 자락을 더하고, 반짝이는 수많은 별 중에서 가장 빛나는 별 두개를 땄다. 그러고는 그것들을 손으로 함께 이겨 두 손에 고이 모아 쥐고, 그 안으로 후하고 숨을 불어넣었다. (중략) 그의 두 손바닥 위에는 조그만 새끼 고양이 한마리가 앉아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의 털이 연기처럼 잿빛이요, 두눈은 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며, 앙증맞은 혀는 마치 한 자락 빨간 불길 같았다고 한다.

 

* 소설에서는 두 개의 전기가 병행으로 진행된다. 고양이 무어의 전기가 이어지다가 뚝 끊기고, 천재 음악가 크라이슬러의 전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이 역시 잠시 후 끊겨 이야기는 다시 무어의 전기로 돌아간다. 무어의 전기는 한 고양이의 지적 성숙 과정을 다룬 성장 과정을 다룬 성장소설로 과거에서 현재를 향하여 '선형적'으로 진향된다. 반면 중간중간에 끼어드는 크라이슬러의 전기는 '순환전' 구조를 갖고 있어, 마치 꼬리를 문 뱀처럼 마지막 장면이 맨 앞에 배치되어 있다. 그의 전기는 살인을 포함한 온겆 극적 사건으로 차 있는데, 매번 결정적 순간에 중단된다. 오늘날 TV연속극에서 즐겨 사용하는 수법이다. - 호프만의 수고양이 무어의 인생관 에 관한 이야기

 

* 내가 아는 어느 나라에도 공허한 머리에 굳은 가슴에 꽉 막힌 귀를 가진 여왕이 살고 있다. 입은 열려 있어 말은 하나, 그 입으로 구사하는 언어가 '이상한 나라'의 난센스라 알아듣기 심히 어렵다. 공교롭게도 그녀 역시 하트 여왕 못지않게 신경질적이어서 '저놈의 목을 베라!" 외치는 것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고 한다. 하지만 공화국에서 백성은 고양이 같은 존재다. 즉 공화국의 백성은 당당하게 왕을 쳐다봐도 된다. 좀 쳐다봤다고 발끈해 망나니 데려다 백성의 목을 치라고 악쓰는 것은, 몸없는 고양이 목을 베려 드는 것만큼이나 부조리한 일이다.

 

* 우리는 짐승과 사람이 대등하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짐승끼리는 전적으로 완전히 의사가 소통하며 같은 종족끼리만이 아니라 다른 종족과도 이해하는 것을 우리는 명백히 본다. - 몽테뉴

 

* '영원'이란 선형적 시간의 폭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인간의 염원이 만들어낸 개념이리라. 인간은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흘러가는 시간에  묶여있다. 과거는 흘러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기에 우리는 오직 현재만을 살 뿐이나, 그 현재는 지극히 짧은 순간일 뿐이다. 하지만 누군가 영원히 현재에 살며,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눈앞에서 현재로 본다고 생각해보라. 그것이 바로 신성이다.(중략)

 

인간은 시간에, 연속성 속에 사는 반면, 저 마술적 동물은 현재에, 순간의 영원성 속에 살기 때문이다. - 쇼펜하우어

 

* 사실을 말하자면, 인간은 에덴동산에서도 여전히 죽었을 게다. 다만 다른 동물들처럼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선가 "눈이 밝아져" 자신의 유한성을 의식하게 됐을 것이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알기에 오직 인간만이 진정한 의미에서 죽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인간이 본능을 열등한 능력으로 편하해도, 결국 그 본능이 오직 자기만이 가졌다고 생각하는 이성보다 무한히 우월함을 인정할 수 밖에 없을것이다. 본능은 열등한 이성이 아니라 그 어떤 것보다 우수한 지성인지도 모른다. 진정한 철학자라면 그것을 피조물에 '직접' 작용하는 신성한 정신 그 자체로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