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역사 - 신형철 지음/난다 |
- 부제: '공무도하가'에서 '사랑의 발명'까지
신형철 글이 좋다는 얘길 어디선가 보고 읽게된...
* 무신론자에게 신을 받아들이는 일이란 곧 사유와 의지의 패배를 뜻할 뿐이지만 고통의 무의미를 견딜 수 없어 신을 발명한 이들을 누가 감히 '패배한' 사람들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인가.
*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만이 아니라 그와의 관계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나는 당신과 함께 있을 때의 내가 가장 마음에 든다. 그런 나로 살 수 있게 해 주는 당신을 나는 사랑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일이 왜 이토록 고통스러운지도 이해할 수 있다. 그를 잃는다는 것은 그를 통해 생성된 나의 분인까지 잃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그 사람과만 가능했던 관계도 끝난다. 다시는 그를 볼 수 없다는 것은 다시는 그때의 나로 살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중략) 내 속에는 많은 내가 있다. 고통과 환멸만을 안기는 다른 관계들 속의 나를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당신과 함께 있을 때의 내가 나를 버텨주기 때문이었다. 단 하나의 분인의 힘으로 여러 다른 분인으로도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이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 죽을때 나 중에 가장 중요한 나도 죽는다. 너의 장례식은 언제나 나의 장례식이다. (중략) "한사람을 죽이는 행위는 그 사람의 주변, 나아가 그 주변으로 무한히 뻗어가는 분인끼리의 연결을 파괴하는 짓이다."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가. 누구도 단 한 사람만 죽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살인은 언제나 연쇄살인이기 때문이다. 저 말들 덕분에 나는 비로소 '죽음을 세는 법'을 알게 됐다. 죽음을 셀 줄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애도의 출발이라는 것도.
* 바라는 것이 너무도 많은데, 이룬 것이 너무 없어 당황스러울때, 그때 서두르게 되는 것이다. 그때가 위험한 때다. 김수영이 걱정한 것도 그것이지 않을까. 빨리 무언가를 보여주려는 마음에 지면 나를 잃고 꿈은 왜곡된다. 그러므로 서두르지 않는 마음이란 현실 앞에 의연해지려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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