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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일 by 김연수

LadyYvonne 2014. 12. 27. 23:19
소설가의 일 - 8점
김연수 지음/문학동네

 

김연수의 산문집~ 2012년부터 2013년까지 1년동안 문학동네카페에서 연재된 건데 작년에 뒤늦게 발견하고 앞에 몇편만 읽고 완전 잼있다 했었는데 미루다 못본게 이번에 책으로 나왔네...

그땐 그냥 가벼운 산문으로만 알고 읽었던 건데 제목처럼 정말 소설가의 일에 관한 이야기다... 소설가가 되려면?에 대한 답이랄수도 있고... 온라인상에 연재된거라 그런지 책의 느낌보단 넷상에서의 글을 보는 느낌이다... 피식거리고 웃게 되는게 은근 많다~ㅋㅋ 김연수의 글은 내가 하루키의 글을 대하는거랑 좀 비슷하다... 둘의 글스타일이 닮았단게 아니라, 둘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데 그들의 소설보단 그들의 수필을 훨씬더 좋아한다는 거...

김연수의 글은 참 좋아하는거 같은데 그의 소설들은 소재가 영 내 스타일이 아니라서 선뜻 읽게 되질 않는다;;; 제대로 본 그의 소설이 아마 한작품? --; 이 책 읽으면서 역시 김연수 글 맘에 든다고 다시한번 깨달은지라 다시한번 덜부담스러운걸로 그의 소설 함 찾아봐야겠다... 

그리고 마침 내 "고양이프로젝트"에 필요했던 이야기라 많은 도움이 됐다... 김연수는 의외로 뜻하지 않게 내게 적재적소에서 매번 도움을 준다~ 지난번 '지지않는다는 말'도 그랬는데 말야~^^

 

 

 

- quote

 

* 그냥 짧은 생각들을 붓 가는 대로 쓰면 된다고 말했다. (중략) 잠시 생각하다가 나는 입 가는대로 말했다. (중략) 그러다가 나는 머리 돌아가는 대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 우리는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시간을 경험한다 (중략)

 지금 뭔가를 쓰고 있다면 그는 소설가 (중략)

 소설가의 방식으로 시간을 경험하면서, 일생이 전집, '실제로는 선집' 66권으로 남게 된다면, 그는 누가 뭐래도 소설가겠지. 결국 비밀은 시간을 어떻게 경험하느냐에 달린 셈이다.

 

* 매일 글을 쓴다. 한순간 작가가 된다. 이 두 문장 사이에 신인, 즉 새로운 사람이 되는 비밀이 숨어 있다.

 

* 소설가에게 재능이란 인사기계나 기도기계 같은 것, (중략) 재능이라는 소설기계는 소설을 만들지 않는다. 소설기계 역시 소설가의 죄책감이나 꺼림칙함을 덜어주기 위해서 고안된 기계다. 소설을 쓰지 않기 위한 방법 중에서 재능에 대해서 말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고도 죄책감이 없는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 그들에게는 작품만큼이나 그 작품을 쓰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작품과 작가는 동시에 쓰여진다. 작품이 완성되는 순간, 그 작가의 일부도 완성된다.

 

* 용기는 동사와 결합할 때만 유효하다. 제아무리 사소하다고 해도 어떤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그건 용기가 될 수 없다.

 

* 이 삶이 멋진 이야기가 되려면 우리는 무기력에 젖은 세상에 맞서 그렇지 않다고 말해야만 한다. 단순히 다른 삶을 꿈꾸는 욕망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행동을 해야만 한다. 불안을 떠안고 타자를 견디고 실패를 감수해야만 한다.

 

* 어떤 일이 하고 싶다면, 일단 해보자. 해보고 나면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달라져 있을테니까. 결과가 아니라 그 변화에 집중하는 것, 여기에 핵심이 있다.

 

* "가가 세상이 텅 비어 보였는갑다." (중략) 문학적 표현이란 진부한 말들을 새롭게 표현하는 걸 뜻한다. 결국 문학이란 남들과 다른, 더 나아가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문장을 구성하는 걸 뜻하니까.

 

* 나와 타인이 서로 다르며, 어떤 방법으로도 우리는 서로의 본심에 가 닿을 수 없다는 전제가 없다면 선을 행하는 게 어려워진다.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면 타인의 관점에서 자신의 행위를 바라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윤리적 행위는 나와 타인이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할 때 시작된다. 악을 저지르고도 자신이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는 자들은 다른 사람들도 모두 자신처럼 생각한다고 여긴다.

 

* 흔한 인생을 살아가더라도 흔치 않은 사람이 되자. 미문을 쓰겠다면 먼저 미문의 인생을 살자. 이 말은 평범한 일상에 늘 감사하는 사람이 되자는 말이기도 하다. 그게 바로 미문의 인생이다.

 

* 모든 사람은 결국 죽는다. (중략) 잔인한 진실을 좀더 완화시키고 짐짓 모든게 축제인 듯 살아가기 위해서다.  '죽음은 짦은 고통, 삶은 긴 고통'이라는 영어 속담도 있지만, 우리도 잔인한 진실을 피할 길은 없다. 여전히 문학이 필요한 까닭은 그 때문이다. 지금 여기에서도 삶은 계속되어야만 하니까. 그러자면 잔인한 진실을 끊임없이 새롭게 표현되어야만 한다.

 

* 나이가 든다는 건 현실적이 아니라 점점 비관적으로 변한다는 뜻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