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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양음악 순례 by 서경식

LadyYvonne 2012. 5. 14. 22:19
나의 서양음악 순례 - 8점
서경식 지음, 한승동 옮김/창비(창작과비평사)

 

 

완전 매력적인 책~!

작가 자신의 이야기와 작가가 좋아하는 클래식에 대한 이야기가 절묘하게 잘 어우러진...

이런 스타일의 에세이 정말 좋아~ 에세이란 바로 이래야하는거다... @@

정말 한줄한줄 만끽하며 읽었다... 

많은 걸 느끼게 해주고 많은 걸 배우게 해주고 많은 즐거움을 준 책이다...

범상치않은 이력의 작가인 서경식 이분한테도 크게 관심이 생기고...

이분의 다른 책도 섭렵하리라~

작가분과 아내인 F와의 음악여행도 참 부럽구나...

 

 

 

- quote

 

* 밤이 이슥해져 홀로 자동차를 운전하며 집으로 돌아갈 때 공기 자체가 이상하리만큼 투명하게 느껴졌다. 세상은 얼마나 고요하고 아름다운가! 그리고 얼마나 불행한가! 짙은 죽음의 그림자에 에워싸인 친밀한 공동체, 어머니의 죽음으로 무너질 운명에 처한 덧없는 공동체에 대한 애틋함이 북받쳐 올라왔다.

 

* 여름 막바지에 한송이만 남은 장미에 빗대어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애상을 노래하고 있다. (중략)

우정이 깨지고

빛나는 사랑의 고리에서

보석들이 떨어져 갈 때

나도 곧 뒤를 따를겁니다

진실한 마음들이 시들어 떨어지고

벗들도 흩어지면

아! 누가 남아 살아갈까

이 황량한 세상에 홀로

(여름의 마지막 장미 中 by 토머스 무어) 

 

* 죽음은 차가운 밤

그리고 삶은 더운 낮

어두워져라, 나는 자고 싶다

낮은 진저리가 난다 (죽음, 그것은 차가운 밤 中 by 하인리히 하이네)

 

* 죽음이여, 밤에 휩싸여 오라 中 by 에마누엘 가이벨

죽음이여, 밤에 휩싸여 오라

살며시 내게로 오라

그대를 포옹하고 싶은 마음이

나를 다시 살고 싶게 만들지 않도록

 

* 국가, 도시나 마을의 브라스밴드, 찬미가, 가족의 노래 등은 집단의 동일화를 꾀하고 동향의 유대를 강화하며, 신민을 신하로 만드는 것이다. 특히 세련되고 복잡한 음악을 사랑하고 그것을 듣고 눈물까지 흘릴 수 있는 사람이 동시에 모질고 사납게 돌변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는 사람이 있다는 데 나는 놀란다. 예술은 야만의 반대가 아니다.

 

* 요제프 폰 슈파운의 시에 곡을 붙인 가곡 소년과 죽음에서는 죽음을 향한 소년의 동경을 노래한다. "오, 죽음이여 오라, 그리고 이 속박을 풀어다오! 나는 그대에게 미소짓노니, 오, 해골 형상의 사신이여, 꿈애 본 나라로 나를 데려가다오. 오, 이리 와서 부디 나를 데려가다오."

 

* 음악이라는 예술 자체가 본질적으로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더 '죽음'과 결부되어 있다고도 할수있다. 리듬은 심장박동의 반영이다. 음악의 종말이 천둥소리같이 큰 음향이든 정밀한 페이드아웃이든 심장박동은 끊임없이 종말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